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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우엘벡의 <소립자>중...

.스트라이크. 2012. 4. 14. 02:32

 

p254~255

 

교회당 안은 홀연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 목사는 다시 고개를 들고 큰소리로 말했다. 힘이 넘치는 듯하면서도 어떤 절망감 같은 것이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인간이 떼어 놓지 못할지라!"

조금 뒤에, 미셸은 제기를 정돈하고 있는 목사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방금 하신 말씀에 깊은 흥미를 느꼈습니다."

목사는 세련된 미소를 지었다. 미셸은 아스페의 실험과 EPR역설을 들먹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두 개의 소립자가 결합되면, 분리시킬 수 없는 하나의 통일체가 형성됩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은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한 몸에 관한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미소를 짓고 있던 목사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미셸은 활기를 띠며 말을 이었다.

"제 말씀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보면 힐베르트 공간에서 양자에게 고유 상태 벡터를 부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물론입니다, 물론이죠......"

목사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실례하겠다고 말하고는 신부 아버지 쪽으로 돌아섰다. 그들은 서로 한참 손을 잡고 있다가 가볍게 포옹을 했다. 신부 아버지가 감동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멋진 예식이었습니다. 대단히 훌륭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