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6

 

그녀는 정말 어두운 어항 속의 한 마리 다랑어처럼 사는 여자였다.

그녀의 방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는 먼저 방 안을 석탄처럼 채우고 있는 고독의 냄새를 맡았다. 눈이나 비가 내리는 밤이면 자주 귀가 들리지 않고 눈앞이 보이지 않는 단단한 고독. 이를테면 촉촉한 공기 속에 배어있는 키 작은 여자의 오래된 슬픔.

 

 

 

p209

 

어느 날 여동생이 어머니가 없는 틈을 타서 내게 웬 여자의 사진을 한 장 보여주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사귀었던 첫사랑의 여자였다. 그녀는 청바지에 붉은 티셔츠와 리본이 달린 예쁜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맵시있게 생긴 몸매와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커다란 눈을 보면서 잠시 슬픔을 느꼈다. 아니, 첫사랑이란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여동생에게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말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죽었잖아, 왜, 기억 안나? 라고 반문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벼락을 맞은 듯 울기 시작했다. 내 첫사랑이 벌써 죽은 것이다.

 

 

Posted by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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