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참 바쁘겠다! 온갖 유행마다 따라야 하는데 그냥 유행을 따라가기만 하면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이다. 재빨리 눈치를 살펴서 유행의 홍수 속에 몸을 내던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남들과 똑같은 것을 바르고 찍고 칠하고 신고 입고 끼고 얹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현대여성'이 된다. 그래야 남녀평등이 되고 '여성 해방론자'가 된다.
그녀들은 '현대여성'을 만드는 그 많은 변화무쌍하고 한계절을 넘기지 못하는 짧은 생명의 '유행'들이, 실제로는 유행을 조작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자본가들과 '유행'이라는 마술로 무제한의 소비주의적 낭비를 조장하는 상품선전 산업의 요술에 불과하다는 사실 같은 것은 알 필요가 없다. 그와 같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소비주의적 유행문화는 만물을 상품화하고, 인간을 오로지 그 상품의 소비자로 만들어버리는 경제적, 사회적 매커니즘의 비인간성을 쉽게 드러내보이지도 않는다. 유행의 탁류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을 '행복'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소비주의적 자본주의 경제의 유행 창조자들은 젊은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드러내보임으로써 '풍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여성이 배꼽을 드러내거나 반나체가 되는 새 유행의 옷을 남보다 먼저 걸치는 것을 '여성 해방'의 '실천적 행위'로 미화하는 소비주의 경제와 그  광고산업의 돈줄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압도적으로 남성들이다. 경제력을 지배하고 있는 남성들이 여성의 육체에 수백만원짜리 옷을 입혔다 벗겼다 하거나, 여성들의 손에 다이아몬드를 끼웠다 빼었다 하는 유행을 '현대화'니 '풍요'로 미화할 때, 그런 유행 속에서 현대화와 풍요를 찾으려는 여성은 남성의 지배에서 영원히 해방될 수 없다. 오히려 더욱 깊이 예속 상태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작년 1년간 신문, 방송, 잡지 등의 상품광고 액수는 자그만치 4조원을 넘었는데, 여성의 소비성 상품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40여 종의 월간 여성잡지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5백쪽 또는 6백쪽의 그 여성 잡지들의 내용은 여성의 해방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예속을 돕는 소비주의적 유행을 조장하는 상품광고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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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소비주의적 문화가 끈질기게 쉼없이 뿜어내는 유행의 독기에 취한 많은 현대 여성들이 남녀평등, 여성해방을 외치면서 '풍요로운 생활'과 '여성미'와 '첨단문화'의 마술에 걸려 비틀거리면서 백화점으로 가고, 길을 걷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Posted by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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