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는 걸인과 보통의 <일하는>사람과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걸인을 다른 인종 - 즉 범죄자나 매춘부같은 낙오자 취급을 한다. 노동자는 일하고 있지만 걸인은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생충이고 본질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걸인은 사회의 여유분에 지나지 않고 단순히 현대가 인도주의적인 시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인간으로 파악할 뿐이고 본질적으로 경멸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걸인의 생활과 세속적으로 체제 좋은 생활을 보내는 무수한 사람들과의 사이에는 어떤 <본질적인> 차이 따위는 있을 수 없다. 걸인은 일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럼 <일한다는 것>이란 어떤 것을 일컫는가? 공사장의 인부는 곡괭이를 휘두르며 일한다. 회계사는 계산을 한다. 걸인은 날씨의 좋고 나쁨에 관계하지 않고 바깥에 서서 기관지염 따위를 걸리면서 일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버젓한 장사이다. 물론 전부다 유용하지는 않다. - 그렇지만 체제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도 유용하지 않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더욱이 사회적 존재로서 걸인을 다른 사회적 존재와 비교해 보면 걸인은 실로 대조적이다. 특허약의 발매업자와 비교해 보면 정직하고, 일요신문의 사주와 비교해 보면 인격이 고결하며, 월부판매의 권유자에 비하면 인상이 좋고 - 결국 걸인은 기생충이지만 무해한 기생충인 것이다. 사회로부터 이익보는 것은 겨우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용뿐이고 게다가 그 때문에 몹시 고생하기 때문에 윤리적 관념에 비춰보아도 걸인은 정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다른 계급으로 취급하는 근거나, 현대인이 그들을 경멸할 수 있으리라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한다 일이 유익한가 무익한가, 생산적인가 기생충적인가라는 것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문제시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무튼 번다는 것이다. 현재 에너지라던가 효율, 사회적 편의 등을 논했을 때 문제시 되는 것은 다만 한가지 <돈을 벌라, 그것도 합법적으로 많이> 라는 것만이 아닐까. 완전하게 돈이 도덕의 기본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걸인은 이 기준에 따라서 실격하고 이 기본에 의해서 경멸되는 것이다. 오히려 걸인은 대부분의 현대인만큼 명예를 팔지는 않는다. 단순히 부자가 될 수 없는 장사를 선택했다는 과오를 범한 것뿐이다.  

p.213~214

 

 

Posted by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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