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는, 삶의 싸움에 지친 넋에게는 매력적인 휴식처이다.
끝없는 하늘, 움직이는 건축물 같은 구름, 변화 무쌍한 빛깔의 바다, 반짝거리는 등대불, 이런 것들은 지칠 줄 모르고 눈을 즐겁게 하기에 희한하게도 알맞은 프리즘이다. 물결이 조화롭게 흔들어 주는 복잡한 의장을 한 선박들의 하늘거리는 모양은 율동과 아름다움에 대한 취미를 넋 속에 길러 주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특히, 이미 호기심도 야심도 없는 사람에게는, 혹은 망루에 누워서, 혹은 부두 난간에 기대어 떠나는 사람들과 돌아오는 사람들, 아직도 바랄 힘을 가지고 있고, 여행을 하고 싶고, 또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그 모든 움직임을 바라보는 데는 일종의 신비롭고 귀족적인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정기수 옮김, 정음사,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