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페 -말러의 교향곡 1번 - 박몽구
절정은 좀처럼 만져지지 않았다
보글보글 술이 익을 때처럼
유두 발갛게 도드라지고
긴 가뭄 뒤의 비탕에 선 나무들처럼
아랫도리 흥건히 젖어도
너는 가깝고도 먼 섬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보며
말러의 교향곡 자이언트를 듣는다
안개에 싸여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지루한 아다지오 끝의 짧은 포르테
맑은 어리석은 귀를 즐겁게 해줄
3악장 깊이 감춘 채
좀 더 기다리라고
서둘러 바다에 닿아서는 안된다고
굳게 빗장을 걸고 있다
절정의 꽃을 만지려면 달콤하고 짜릿한 몸을 넘어
차갑고 무서운 밤을
함께 꼬박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옷
두텁게 입혀 주고
마지막 한조각의 치즈
아낌없이 건넬 수 있을 때
함께 뜨거운 포인트를 딛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