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신발들은 슬프다 - 김유석
사람들은 왜 신발을 벗어 두고 가는 걸까
그게 슬펐다, 그 어떤 유서보다
물가에 나란히 놓인 구두 한 켤레
어떤 무거운 길이 거기까지 따라와서
맨발이 되었을까
문단속을 하는 대신
토방에 반듯이 신발을 올려놓고 집을 비우던 아버지
삼우제 날 문 밖에 내어 태우던
부르튼 발바닥들이 슬펐다
그래서일까
유령들은 대부분 발을 감춘다
아기의 신발을 산다는 건
밟아야 할 바닥이 생겼다는 것
신발을 신고 있다는 건
닳게 해야 할 길이 남았다는 것
신발을 잃어버리고 울먹이던 유년 속에서
철 지난 유행 속에서 나온
헌 신발들을
버리기 전 한 번씩 신어 보며
몇 켤레쯤 여벌을 가진 생을 떠올려 본다